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22기 시애틀협의회(회장 황규호, 이하 시애틀평통)가 새롭게 제정한 ‘시애틀 통일문학상’ 공모전에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거주하는 라코브 혜선 시인의 작품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 6월 25일 마감된 이번 공모에는 일본, 중국, 홍콩, 인도, 우즈베키스탄, 호주, 스페인, 독일, 뉴질랜드,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11개국 재외동포를 비롯해 미국 전역과 한국에서 총 326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공모전은 한반도 분단과 통일을 문학으로 성찰하고,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삶과 정체성, 통일에 대한 염원을 기록하기 위해 제정됐다. 접수된 작품들은 예심을 거쳐 한국작가회의와의 협의를 통해 최종 수상작이 가려졌다.
대상의 영예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거주하는 라코브 혜선 시인의 시가 차지했다. 이 작품은 고려인의 역사와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분단으로 인해 닿을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 소년의 목소리로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 속 화자는 할아버지에게는 ‘이완아’로 불리지만 이름표에는 러시아식 이름이 적히는 고려인 소년으로, 러시아어로 생각하고 고려말을 더듬거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황해도에 뿌리를 둔 집안의 내력을 담담히 풀어낸다.
심사위원단은 이름 하나에 역사와 국경, 한민족의 기억을 응축해 놓은 뛰어난 작품이며, 통일이 가진 거대한 서사의 무게감을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로 훌륭하게 담아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상 외 부문별 수상작으로는 류한석씨(충북 제천)의 수필 「디아스포라의 환상통」이 1등에, 김인식씨(미국 메릴랜드)의 시 「시애틀 애가」가 2등에 올랐다. 3등에는 김은희씨(호주 NSW)의 수필 「두 김씨의 휴전선」과 손봉선씨(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시 「단전」이 나란히 선정됐다.
시애틀평통 문화예술분과 위원장 김성교 시인은 이번 공모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한민족들이 통일을 정치적 구호가 아닌 자신들의 삶과 기억, 가족의 역사 속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문학이 국경을 넘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가장 따뜻한 언어라며, 시애틀 통일문학상이 세계 한민족을 잇는 문학의 장으로 계속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애틀평통은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과 약력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주요 수상작도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며, 전 세계에 거주하는 수상 작가들과의 소통을 마친 뒤 줌(Zoom)을 통한 온라인 시상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 대상(시) 「정이완」 — 라코브 혜선(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 1등(수필) 「디아스포라의 환상통」 — 류한석(충북 제천)
▲ 2등(시) 「시애틀 애가」 — 김인식(미국 메릴랜드)
▲ 3등(수필) 「두 김씨의 휴전선」 — 김은희(호주 NSW)
▲ 3등(시) 「단전」 — 손봉선(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정이완/Rakove Hyesun/대상작
할아바지는 나를 ‘이완아’ 부르시고
이름표에 적히는 내 이름은 IVAN
러시아어로 생각하고, 고려말 더듬거리는 해주 정씨
할아바지 나는 고려 사람, 러시아 사람, 까작 사람이에요
한반도 등뼈로 곧게 서서, 자작나무 바람 숨 쉬고
날 업고 품어준 카자흐스탄 어머니를 사랑해요
모두가 달라서 닮아 있는 중앙아시아
누구라도 등을 치면 다국적 얼굴이 돌아보는 곳
인천공항에서 사람들은 나를 동포로 불렀는데
한복 입고 경복궁 가서 단체 사진 찍고
고려인 마을 울리는 장구 소리 들었지만
내 이름의 시원 황해도는 갈 수 없대요
옛날 할아버지를 태운 기차는
마른 언 땅, 낯선 지평선 위에 감자포대 쏟듯 사람들을 버리고 갔죠
바다 없는 벌판에 떠밀려 온 사람들이 흙에 살며 스스로 등대가 된 이야기
등 비빌 곳 없었기에 어디나 고향이어라
반쪽의 반을 찾아 온전한 이방인
땅끝 마을의 파도 실어 갈 수 있다면 철썩이며 온 세상 땅금을 지울 텐데
할아바지 나는 고려 사람, 러시아 사람, 까작 사람
타슈켄트 우리 집 가는 기차표를 살래요
도라산역 지나 평양으로, 함경도로, 유라시아 대륙 향해
세계의 핏줄이 어우러지며 철길의 맥박이 뛰는 곳마다
사해동포 씨앗을 뿌릴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