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마 한인회관 명의, 27년간 방치된 행정 공백… 임시총회서 뒤늦게 정리

옛 명칭으로 남아 있던 부동산 등기, 별도 법인 등록까지 겹쳐 혼선 우려… 재외동포청 지원 앞두고 정비

옥순 윌슨 전 이사장 관련 법인 등록 경위도 도마에… 당사자는 등기 명의 문제 몰랐다고 해명

타코마 한인회가 한인회관의 법적 명의 문제를 수십 년 만에 정리하고 재외동포청 지원 요건에 맞춘 정관 개정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오랜 기간 부동산 등기와 실제 한인회 명칭이 일치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한인회 재산 관리와 행정 업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타코마 한인회는 지난 10월 4일 오후 4시 타코마 한인회 문화회관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는 현장 참석자 49명과 위임장 제출자 14명 등 모두 63명이 참여해 정족수 45명을 충족했다. 이정주 총회의장의 사회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한인회관 명의 정리 경과와 재외동포청 매칭 펀드 관련 정관 개정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 27년 가까이 바로잡지 못한 한인회관 등기 명의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된 사안은 한인회관의 법적명의 문제다.

한인회가 제출한 경과 보고에 따르면, 한인회는 1998년 7월 31일 당시 22만 달러를 들여 현재의 한인회관을 구입했다. 당시 부동산 등기에는 ‘Korean U.S. Citizen’s Association of Washington State’라는 옛 영문 명칭이 소유주로 기재됐다.

그러나 1999년 4월 7일 IRS 기록상 한인회 명칭이 ‘Korean-American Association of Tacoma’로 변경된 뒤에도 부동산 등기 명의는 그대로 유지됐다. 한인회 명칭과 실제 부동산 등기상의 소유주 명칭이 서로 다른 상태가 약 27년 동안 이어진 것이다.

한인회관은 지역 한인사회의 주요 자산인 만큼 소유권과 법적 명칭을 일치시키는 일은 재산 관리의 기본적인 사항이다. 그럼에도 장기간 명의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대 집행부와 이사회가 재산 관리 및 행정적 확인 의무를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문제가 회관 보수사업과 한국 정부의 지원 신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는 점은 더욱 뼈아프다. 문제가 더 일찍 발견됐다면 사전에 정리할 수 있었던 사안이 아니었는지, 그동안 정기적인 법인 기록과 부동산 등기 확인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 2000년 별도 법인 등록… 명칭 중복으로 혼선 가능성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또 다른 대목은 2000년 별도 법인의 등록이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인회관에서 시민권반 등을 운영했던 김옥순 전 회장 겸 이사장은 2000년 9월 한인회의 옛 영문 명칭과 사실상 유사한 ‘The Korean US Citizen’s Assoc. of Washington State’라는 별도 법인을 워싱턴주에 등록했다.

워싱턴주 국무장관실 기록에는 김 전 이사장이 해당 법인의 설립자이자 등록대리인으로 서명했으며, 2001년과 2002년 연례보고서에는 회장으로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한인회관 등기에는 옛 명칭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이름의 별도 법인이 등록됐다면, 두 법인의 법적 관계와 재산 관리 권한을 둘러싸고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한인회관 소유권과 관련한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당시 법인 등록의 목적과 경위, 기존 한인회와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별도 법인의 등록 사실만으로 부정한 의도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핵심은 해당 법인이 어떤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한인회관과 기존 한인회의 재산 및 운영 권한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를 객관적인 기록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 옥순 윌슨 전 이사장, 법인 등록 경위와 관리 책임 설명 필요

이번 사안에서는 옥순 윌슨으로도 알려진 김옥순 전 회장 겸 이사장의 역할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2000년 옛 한인회 명칭과 유사한 별도 법인의 설립자 및 등록대리인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해당 법인의 연례보고서에도 회장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이 같은 기록이 사실이라면, 별도 법인을 설립한 목적과 당시 한인회와의 관계, 법인 운영 및 재산 관리 체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김 전 이사장은 이번 임시총회에서 당시 한인회관의 등기 명의가 옛 영문 명칭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보유한 서류는 한인회관 대출 상환 확인서였으며, 등기부상 명의가 현재 한인회 이름과 다르다는 점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별도 법인의 설립자로 기록돼 있고 이후 연례보고서에도 회장으로 등재된 인물이 해당 법인과 기존 한인회관 등기 명의의 관계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법인 등록 기록만으로 김 전 이사장이 등기 명의 불일치를 알고 있었다거나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인회 주요 임원으로 활동하며 별도 법인 등록에도 관여한 만큼, 당시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 서류, 한인회와의 소통 여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지역사회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들어서야 명의 정리… 재산 관리 체계 점검 과제

한인회 집행부는 올해 회관 보수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월 피어스카운티의 납세자 명의가 한인회와 다른 이름으로 돼 있는 사실을 발견해 이를 바로잡았으며, 변호사 자문을 거쳐 9월 18일 옛 명칭의 법인 관련 거버너(Governor)를 현 한인회장으로 변경했다. 이어 9월 21일 권리포기증서(Quit Claim Deed)에 서명하고 다음 날 등기를 마쳤다.

한인회 측은 현재 회관의 두 필지 모두 피어스카운티 기록상 소유주가 ‘Korean-American Association of Tacoma’로 정리됐다고 보고했다.

이번 조치로 부동산 명의 문제는 일단 정리됐지만, 장기간 이어진 불일치가 왜 발생했고 왜 조기에 발견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검토는 여전히 필요하다.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인 등록 정보와 부동산 등기, 세금 기록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회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 재외동포청 매칭 펀드 관련 정관 개정안 만장일치 통과

이날 총회에서는 재외동포청 매칭 펀드 지원과 관련한 정관 개정안도 상정돼 참석 회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재외동포청의 지원을 받아 건립하거나 개보수한 한인회관의 소유권을 변경하거나 처분하려는 경우 관할 공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노희진 부회장이 지원 신청 및 진행 경과를 보고했으며, 이정주 총회의장이 개정안 통과를 공식화했다.

이번 정관 개정은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는 한인회관의 재산 관리와 처분 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규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명의 정리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적 공백을 고려하면, 향후에는 정관 규정뿐 아니라 회계와 자산 관리, 법인 기록 관리 전반에 걸친 투명성 확보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 군산시와의 자매결연 관계도 사실관계 정리

총회에서는 군산시와의 자매결연 관계에 대한 사실관계도 정리됐다.

옥순 윌슨 군산시 자매결연 위원장은 이날 군산시와 타코마 한인회 사이에 공식적인 자매결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역 한인사회 일부에서 양측이 공식 자매결연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해당 관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는 설명이다.

■ 명의 정리는 끝났지만, 책임과 신뢰 회복은 남은 과제

이번 임시총회는 타코마 한인회관의 법적 명칭과 소유권 관련 기록을 정리하고 재외동포청 지원 요건에 맞춰 정관을 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인사회 공동의 자산인 회관의 등기 명의가 약 27년 동안 현재의 한인회 명칭과 일치하지 않았고, 유사한 명칭의 별도 법인까지 등록돼 있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의 정리라는 결과에 그치지 않는 후속 조치다. 과거 기록과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확인하고, 관련 임원들의 설명을 충분히 들으며, 재산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과 책임 범위를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

한인회관은 특정 개인이나 집행부의 자산이 아니라 지역 한인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기반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타코마 한인회가 재산 관리와 행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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