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ICE 오인 체포 논란

ICE, 회색 폭스바겐 GTI만 보고 표적 아닌 23세 베네수엘라 청년 체포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다른 사람을 체포하려던 과정에서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해 체류하던 남성을 잘못 체포·구금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주 연방법원 판사는 ICE 요원들의 대응을 두고 “극히 중대한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연방법원 문서에 따르면 ICE 요원들은 지난달 17일 워싱턴주 레이크우드에서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멕시코 국적자를 체포하려 했다. 요원들은 해당 인물이 회색 폭스바겐 GTI를 운전한다는 정보만을 근거로 수색에 나섰으나, 현장에서 같은 차종을 운전하던 23세 베네수엘라 국적의 모이세스 벨라스케스를 체포했다.

벨라스케스는 자신이 일하는 이발소 밖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아내와 통화하던 중 ICE 요원들의 접근을 받았다. 그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에서 내리려는데 차 한 대가 내 차 문을 가로막았고, 요원 한 명이 공격적으로 다가오며 소리를 질렀다”며 “나는 문을 닫고 잠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이유를 물었지만 요원은 답하지 않고 계속 문을 열라고만 요구했고, 결국 창문을 깼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 측은 그가 차량 안에서 손을 움직이며 저항했다고 주장했으며, 요원들은 깨진 창문 틈으로 손을 넣어 잠금을 풀고 그를 차량 밖으로 끌어냈다.

그러나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벨라스케스는 범죄 전력이 없으며, 2023년 9월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을 통해 미국 입국을 신청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민자들의 합법 입국 절차를 지원하던 정부 애플리케이션 ‘CBP 원(CBP One)’을 통해 예약을 확보해 임시 입국허가(패롤)를 받았으며, 이후 취업 허가를 받고 망명을 신청한 상태였다. 오는 12월 시애틀 이민법원 출석도 예정돼 있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미국에 입국했으며, 남부 국경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버스로 캘리포니아까지 이동한 뒤 다시 비행기로 시애틀에 있는 지인을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스케스 측은 ICE가 체포 당시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고 구금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를 맡은 바트 클라인 변호사는 체포 이후에야 행정상 체포영장이 작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토안보부 규정상 ICE는 체포 시점에 적법한 권한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사후에 작성된 영장이 체포 행위를 소급해서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클라인 변호사는 나아가 ICE가 국경에서 이미 구금됐다 석방된 사람들을 청문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재구금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며 “이는 법치의 붕괴에 가깝다.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케이트 본 연방 치안판사는 벨라스케스의 인신보호청원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ICE 요원들이 체포 당시 차량 번호판을 조회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번호판을 확인하거나 신분증을 제대로 검토했다면 그가 수배 대상인 멕시코 국적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본 판사는 요원들이 “완전한 절차의 부재”를 드러냈다며, 이로 인해 벨라스케스가 적법절차상의 권리를 박탈당할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국토안보부 측은 벨라스케스가 주소 변경을 정부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그에게 어떤 석방 조건이 부과됐는지는 자체적으로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본 판사는 이에 대해 “부과되지 않은 조건을 위반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정부 측 캐서린 콜린스 연방검사보는 벨라스케스가 “입국 심사 대기 중인 외국인”으로서 의무적 구금 대상에 해당하며 석방할 근거가 없다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 판사는 이번 체포가 “체포 요원들의 극히 중대한 부주의”에서 비롯됐으며, 불법적인 재구금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로 이어졌다고 결론지었다. 벨라스케스는 지난 19일 수요일 저녁 타코마 ICE 구금시설(노스웨스트 처리시설)에서 풀려났다고 클라인 변호사가 밝혔다. ICE 측은 관련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사진 :AI생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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