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문인화의 거장 도선 김용현 화백의 초대전 ‘숨결—대륙을 잇다(Breath—Connecting Continents)’ 개막 리셉션이 지난달 28일 오후 워싱턴주 벨뷰의 유안 루 아트센터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 “낯설지만 고향 같았다”…줄리 시 대표, 감격의 인사
리셉션은 줄리 시에 유안 루 아트센터 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셔서 감사하다”며 “한국 미술의 거장이 그린 이 아름다운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줄리 시 대표는 차선희 작가로부터 약 1년 전 도선 화백의 작품을 처음 소개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의 작품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마치 내 고향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만 출신인 그는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은 한국 출신이시니 이 그림 속에서 자신의 고향을 보실 것 같다”며 “그런데 한국 출신이 아닌 저조차도 이 그림들을 보면서 고향에 대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구성과 색채, 그리고 기법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답다”며 자신도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 “먹과 물, 종이라는 매체가 얼마나 직접적인지 잘 안다”고 말했다. “붓이 종이에 닿는 순간 되돌릴 수 없다. 나중에 다른 색을 덧입히거나 층을 더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이런 그림은 오랜 세월 동안 갈고닦은 기술과 숙련도를 요구하는 예술”이라고 평가했다.
줄리 시 대표는 특히 전시된 작품 중 한 점을 가리키며 “이 그림 뒤편에 있는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림 속 새들을 가리키며 “제게는 마치 오선지 위에 놓인 음표처럼 보인다”며 “저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불러온 음악적 배경이 있는데, 이 작은 새들이 마치 누군가 이 작품을 연주하려는 듯한 음표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강 문제로 워싱턴을 직접 찾지 못한 도선 화백을 대신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차선희 작가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차 작가는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참 드문 기회를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드린다”며 “한국 전통 회화인 한국화, 그리고 문인화를 소개할 수 있는 매우 드문 자리”라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화나 일본 수묵화의 단순미와는 구별되는 한국 전통 붓그림의 차이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 작가는 도선 화백이 비록 건강 문제로 직접 여행하지 못했지만 “그림 31점을 우편으로 손수 보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2년 전 한국에서 구입한 작품 한 점도 함께 전시돼 있는데, 그 작품에는 큰 나무들이 담겨 있다”며 “선생님의 그림은 보통 100호 이상으로 매우 크지만, 이번에는 보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작품들을 추려 보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여 전 줄리 대표에게 이 그림들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꺼냈고, 마침내 이렇게 실현이 되어 다시 한번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어 차 작가는 도선 화백이 전시를 위해 보내온 인사말을 낭독했다. 화백은 인사말에서 “지난 80년의 삶을 살아오며 늘 그림을 통해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눠왔다”며 “붓을 들 때마다 지나온 시간과, 다 표현하지 못한 풍경과 감정을 떠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그림은 내 삶을 비추는 거울이었고, 때로는 나를 다시 세상으로 이끄는 조용한 문이었다”며 “오늘의 전시 역시 오랜 시간 붓끝에 남겨온 흔적들을 다시 불러오는 자리”라고 전했다.
도선 화백은 이어 “1970년대에 첫 전시를 연 지 5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림 앞에 섰을 때의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며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워싱턴에 이르기까지, 나의 작업은 늘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으로 가득했다. 이번 전시 또한 그 질문에 대한 나만의 조용한 대답”이라고 밝혔다.
그는 “낯선 땅에서 삶을 일구어 온 이들에게, 이 선과 색이 잠시나마 고향의 기억을 불러오는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곳 관객들에게는 한국 문화가 지닌 정서와 리듬을 천천히 느껴보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마음을 울리는 순간들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 자리까지 걸음해주신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발걸음이 저에게는 크나큰 인연이며, 이 자리를 더욱 빛나게 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차선희 작가는 이날 도선 화백과의 인연이 시작된 계기도 함께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 50여 년을 살아오면서도 오랫동안 한국화를 배우거나 전파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한국 서울 인사동을 방문했다가 도선 화백의 40년 제자인 이순화 화백의 고희전에서 우연히 도선 화백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 체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차 작가는 도선 화백에게 직접 사사를 청했고, 이후 도선 화백 문하에서 문인화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그와 인연을 맺어왔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4년째로 접어들면서, 이번 워싱턴주 초대전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
차 작가에 따르면 도선 화백은 오는 11월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도 대규모 고희전을 앞두고 있으며, 그때는 훨씬 큰 규모의 작품들로 전시장을 채울 예정이다. 이번 워싱턴 전시에 보내온 31점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작은 크기로 추려 보낸 작품들이라고 차 작가는 설명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주로 한국의 서정적인 풍경, 일상생활, 그리고 어린 시절 정겹게 봐왔던 풍경들을 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리셉션 현장에서는 다가올 두 개의 행사도 함께 소개됐다. 줄리 시에 대표는 이 자리에서 벨뷰 지역 학교 교육위원이자 한인 문화 행사에도 힘써온 인사를 참석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오는 7월 12일 일요일 오후 5시에는 같은 유안 루 아트센터에서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를 준비한 김미라 화가는 추상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예술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하며 “그는 음악을 보고 싶어했고, 저는 관객이 그림 속 색채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연주하는 이유는 관객이 각 작품에 담긴 색을 귀로 느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음악과 그림, 그리고 우리 삶의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서사적 교감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오는 8월 8일에는 타코마의 아시아퍼시픽문화센터(APCC)에서 국제예술가협회(IOI) 전시가 열린다. 이 행사를 소개한 서인석 이사장은 독일, 프랑스, 스웨덴, 중국, 일본, 한국, 미국 등 7개국 작가들의 작품 47점이 전시되며, 이 가운데 14명의 작가가 현지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인미술가협회 소속 회원 9명도 이번 전시에 함께 참여한다. 리셉션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며, 공연과 심포지엄, 만찬이 함께 마련될 예정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즉흥적으로 제안한 아이디어가 채택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뒷이야기도 전해졌다. 이날 리셉션 참석자들은 도선 화백의 그림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사진=김승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