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가 우리 자매를 키운 마을이었다”…김혜옥 킹카운티 COO, KACF 30주년서 이민자 성장기 공개

고아가 된 이민자 소녀를 일으킨 것은 한인 커뮤니티라는 '마을'이었다

한미교육문화재단(KACF)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14일 벨뷰 웨스턴호텔에서 개최한 기념 만찬 및 모금 행사에서 킹카운티 최고운영책임자(COO) 김혜옥이 기조연설에 나섰다. 그는 열 살에 고아가 된 이민자 소녀로서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며 “한인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행사에는 서은지 시애틀 총영사, 신디 류 주 하원의원을 비롯해 한인사회 지도자, 교육 관계자, 학부모, 후원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김혜옥 COO는 연설 서두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담하게 꺼냈다. 서울 출신인 그는 아버지가 한국에서 세상을 떠난 후 1980년 어머니를 따라 두 자매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다섯 살이었다.

이민 후 가족은 페더럴웨이에 정착했지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어머니는 홀로 세 딸을 부양하며 빠듯한 살림을 꾸렸다. 그런데 아홉 살 무렵,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았다. 1년간의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끝에 어머니는 그가 열 살이 된 여름 세상을 떠났다. 당시 막 열여덟 살이 된 큰언니가 갑자기 두 동생의 법적 보호자가 됐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터였다.

김 COO는 “이미 취약했던 우리의 세상은 산산이 부서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 폐허 속에서 손을 내민 것은 한인 커뮤니티였다.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우리 자매들의 마을이 되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마을 덕분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고, 더 넓은 한인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 있었으며, 감사와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는 연설 중 이날 행사에 참석한 큰언니를 향해 “약 3시간 전에 전화해서 오늘 함께 와달라고 부탁했다”며 “언니는 제 삶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말해 장내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고아로 자란 이민자 소녀는 어엿한 공직자로 성장했다. 김 COO는 워싱턴주 의회에서 9년간 입법 보좌관으로 일하며 정책 수립의 기틀을 다졌다. 이후 인터림 커뮤니티 개발협회(Interim Community Development Association) 대표를 맡아 시애틀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저렴 주택 공급과 커뮤니티 개발을 이끌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시애틀 부시장으로 재직하며 시애틀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부시장으로 기록됐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직속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 도서계 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올해 3월 2일에는 기르메이 자힐레이 킹카운티 행정장관에 의해 COO로 임명됐다. 그는 킹카운티 산하 11개 부서 18,000명의 직원을 총괄하며, 공중보건, 고형 폐기물 및 수처리, 카운티 공원, 911 응급출동, 보안관실, 보훈 및 인적 서비스, 메트로 버스 등 230만 주민의 일상 전반을 책임지는 미국 내 12번째 규모 카운티의 살림을 이끌고 있다.

김 COO는 “페더럴웨이에서 이민자 아이로 자라던 시절에는 워싱턴주 최대 카운티를 운영하게 될 미래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힐레이 행정장관에 대해 “에티오피아 난민촌에서 태어나 킹카운티의 사회안전망 덕분에 성장하고, 스탠퍼드대 학부와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오바마 백악관에서 근무한 뒤 공직에 헌신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이민자 출신 공직자들의 삶을 나란히 조명했다.

김 COO는 KACF가 30년 동안 세 가지 중요한 연결을 만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첫째는 한인사회 내부의 연결이다. 한국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인 가정과 아이들이 하나로 묶이고, 공동체의 정체성과 결속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류 사회와 한인사회의 연결이다. “BTS와 K팝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훨씬 전부터 KACF는 학생들을 한국 문화의 홍보대사로 키워왔습니다. 그 학생들이 자라나 한국 문화의 가치와 기여를 지역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셋째는 아이들의 꿈과 미래의 연결이다. 그는 “아동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KACF는 바로 그 안전한 공간이자 따뜻한 공동체였다”고 강조했다.

김 COO는 KACF가 추진 중인 몰입형 한국어 학교(이머전 스쿨) 설립 계획에 깊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시애틀과 벨뷰 두 개 캠퍼스를 운영하며 연간 1,000여 가정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을 제공하고, 4년 전 드림트리 유치원을 개원한 것에 이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인 KACF를 향해 “이것은 흥미로운 도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자힐레이 행정장관의 올해 카운티 시정연설을 인용하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리는 지금 매우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미래는 우리에게 닥쳐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KACF의 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는 현재 세 자매 모두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누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큰언니는 타코마 공공유틸리티 최고행정책임자(CAO), 둘째 언니는 연방정부 선임 회계사로 재직 중이다. “우리의 마을이 심어준 감사와 책임감이 우리 세 사람을 공직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사진=김승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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