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비콘 힐(Beacon Hill) 북단에 자리한 공원 4곳이 마약 중독자와 판매상들에게 점령당하며 지역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한국 대전시가 시애틀에 선물한 전통 정자 ‘대전정'(Taejonjeong·태전정)이 마약 중독자의 임시 거처로 전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인 커뮤니티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비콘 힐 북단에는 대전 공원(Daejeon Park), 루이스 공원(Lewis Park), 스터거스 공원(Sturgus Park), 호세 리잘 공원(Dr. Jose Rizal Park) 등 4개 공원이 연이어 자리잡고 있다. 현재 이 공원들에는 수백 명이 텐트를 치고 살며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 ‘위허트 시애틀(We Heart Seattle)’의 안드레아 수아레스(Andrea Suarez) 대표는 “이것은 단순한 노숙 캠프가 아니다. 노상 마약 시장이다. 성매매, 절도, 마약 거래, 투약, 기물 파손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규정했다.
KIRO 라디오 진행자 찰리 하거(Charlie Harger)는 지난주 수요일 오후 한낮에 공개 공원에서 펜타닐을 흡연하는 무리들을 지나쳤다고 전했다. 루이스 공원 북쪽 주민들은 자신의 현관에 배설물이 방치되는 일을 당했으며, 진입로를 치워달라고 요청했다가 “우리가 네가 사는 곳을 안다”는 위협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인근 잭슨 거리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마약 세력이 비콘 힐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 공원 한복판에 세워진 전통 정자 ‘대전정’은 1998년 시애틀의 자매도시 대전시가 양 도시의 우호 관계를 기념해 선물한 것이다. ‘위대함의 정자’라는 뜻을 가진 이 정자는 한국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지역의 랜드마크다.
그러나 현재 이 정자는 누군가의 거처로 사용되고 있다. 주민 케빈(Kevin)은 “한국이 이 도시에 선물로 준 것”이라며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리잘 공원의 파빌리온도 이미 심각하게 훼손돼 결국 철거됐다. 필리핀·베트남·중국계 커뮤니티가 바비큐 파티와 생일 파티를 열던 장소가 사라진 것이다.
위허트 시애틀 자원봉사자들은 수년간 이 일대 공원에서 추정 20만 파운드(약 91톤)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리잘 공원에 대한 단속이 이루어질 때마다 캠프 거주자들은 인근 루이스 공원, 대전 공원, 스터거스 공원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비콘 힐 주민 케빈은 시의원에게 이메일을 4차례 보내고 시장실에도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무력하고 절망적이다. 이 혼돈을 그냥 안고 살아야 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그는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하는 것만이 남은 유일한 선택지였다”며 시 행정의 무관심에 절망감을 표했다.
현재 시애틀시가 채택한 ‘해악 저감(Harm Reduction)’ 모델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중독자가 스스로 치료를 요청하기 전까지는 치료를 강요하지 않고 주사기 등 용품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시 당국은 루이스 공원에 철거 예고판을 붙이고 실제로 단속을 벌인 적도 있었지만, 단속 이후 상황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수아레스 대표는 “중독 상태의 사람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는 것을 ‘배려’나 ‘인권’으로 포장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애틀한인회는 연 1회 대전정 인근 청소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지만, 일회성 행사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전시가 1998년 선물한 유서 깊은 이 정자가 마약 문제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시애틀한인회를 비롯한 워싱턴주 한인 커뮤니티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 행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