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영어시조 공모전 대성황…전년 대비 2배 증가한 129편 응모

3년째 진행된 영어시조 공모전, 46편→67편→129편으로 급성장세

한국 전통 시조를 영어로 창작하는 ‘영어시조’가 미국 현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올해 제3회 영어시조 공모전에서는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129편의 작품이 접수되며 관심의 급증세를 보여줬다.

아시아태평양문화센터(APCC)가 주최한 제3회 영어시조 공모전 결과에 따르면, 2023년 46편으로 시작된 응모작은 2024년 67편, 올해 129편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기대를 훨씬 웃도는 성과로 영어시조에 대한 관심 확산을 입증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올해 공모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미국 주류 작가 모임에서 영어시조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며 일부 작가들이 조심스럽게 공모전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는 영어시조가 현지 문학계와의 교류를 통해 정식 문학 장르로 자리잡아 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아태문화센터 서인석 이사장은 “영어시조는 한국 전통 시조의 형식과 정신을 영어로 재창조한 시 형태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실험적 문학 장르”라며 “BTS, 로제의 ‘아파트’, 넷플릭스 영화 ‘케데헌’ 등 K-콘텐츠의 세계적 신드롬에 힘입어 영어시조 또한 끝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다. 워싱턴주 타코마 교육국에서 영어시조 관련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며,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영어시조 워크숍이 시범적으로 진행되어 학생들의 작품이 본 공모전에 출품되기도 했다.

문학위원을 맡은 김성교 시인은 “일본의 전통시 하이쿠가 미국 초·중등학교에서 ‘언어 표현력’과 ‘자연 관찰력’을 기르는 대표적 글쓰기 훈련으로 자리잡기까지 60여 년이 걸렸다”며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과 미국 교육 현장의 다문화 수용성, 그리고 공모전을 통한 지속적 노출은 영어시조가 미국 교육 현장에 뿌리내릴 가능성을 크게 열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학생부에서 총 8편의 당선작이 선정됐으며, 대상인 워싱턴주 주지사상은 제이든 유(Jaden Yu, 9학년) 학생의 ‘Life’s Stop’이 수상했다. 이 작품은 “기차를 타고 어제로 가서 다시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 레일은 타오르는 석탄을 실어 나르고 깊은 생각들이 울부짖는 달처럼 소비해/ 이 정거장이 너무 일찍 온 것 같아 역은 아직 열려있으니 더 타자”라는 내용으로 청춘의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열망을 담았다.

시애틀 총영사상은 조슈아 성(Joshua Seong, 6학년) 학생의 ‘Specific colors’가, APCC 이사장상은 에린 정(Erin Jeong, 12학년) 학생의 ‘I love the forgotten moon’과 잭슨 스파다포어(Jaxon Spadafore, 10학년) 학생의 ‘Man’s hubris’가 공동 수상했다.

일반부에서는 특별상 3편이 선정되어 다양한 참여층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특히 게일 헤만(Gale Hemmann), 마리크레스 카스트로(Maricres Castro), 미숙 서(Misuk Suh) 등이 APCC 이사장 특별상을 받았다.

영어시조는 한국 전통 시조의 정형성을 영어로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대신 시조의 ‘정신과 구조적 긴장’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초장에서 제시된 정황이나 정서가 중장에서 전개되고 종장에서 응집되거나 의외의 전환을 주는 ‘종장의 힘’이 영어시조의 핵심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아태문화센터는 “이번 제3회 영어시조 공모전은 단순한 참여 규모 증가를 넘어 미국 주류 문학계의 관심, 교육 현장 도입, 일반인 참여 확대, 학생부·일반부 수상작 배출이라는 4가지 중요한 발전을 이뤘다”며 “앞으로 영어시조는 드라마·음악·음식 등과 더불어 세계에 확산되는 K-콘텐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공모전 성과는 2023년부터 시작된 영어시조 보급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교육과 문학 현장에서의 정착은 장기적으로 한국 전통 문학의 세계적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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