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지역 한인 사회의 자랑이자 주류 방송의 중심을 지켜온 KOMO 뉴스 메리 남 앵커가 23년간의 방송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달 말 새 출발을 선언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4살 때 미국 땅을 밟은 이민자 가정의 딸이 태평양 북서부 대표 방송국의 간판 앵커로 23년을 버텨낸 여정은, 시애틀 한인 커뮤니티에 각별한 의미로 남아 있다.
메리 남은 한국에서 태어나 4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1.5세대다. 1994년 워싱턴주에 정착한 이후 태평양 북서부를 진정한 고향으로 여기며 자랐다. 워싱턴 주립대학교(WSU) 에드워드 R. 머로우 커뮤니케이션 대학에서 방송 저널리즘을 전공했으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WSU 쿠그(Coug)’로 소개해왔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1.5세대가 성인이 되어 이주한 세대와는 또 다른 독특한 문화적 경험을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에서 성장하며 언어적 장벽은 낮았지만, 한국적 가치관과 미국적 생활 방식 사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비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그는 결혼 생활에서 문화적 갈등을 크게 겪지는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타지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여성들이 겪는 외로움과 문화 적응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해왔다. 한국 음식을 각별히 사랑하면서도 “한국 음식에 치즈를 올리는 것은 한국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친다”며 농담 섞인 단호한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것도 그의 한국인다운 면모로 잘 알려져 있다.
메리 남은 방송 앵커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시애틀 지역 한인 및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2010년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 국제결혼여성대회(World KIMWA) 사회를 맡아 다문화 가정을 이룬 한국 여성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한국 전통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자리에 함께했다. 또한 수년간 아시아 상담 및 안내 서비스(ACRS) 갈라 행사 사회를 맡으며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 고용, 노인 복지를 돕는 캠페인을 지원해왔다. 그는 이 활동들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고 밝혀왔다. 23년 동안 KOMO 메인 앵커 자리를 지키며 시애틀 한인들에게 “나와 닮은 사람이 주류 미디어의 중심에 서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 것이 그의 가장 큰 유산으로 평가된다.
메리 남의 개인적 시련도 한인 커뮤니티에 적잖은 울림을 남겼다. 2019년 41세 생일을 앞두고 소엽성 유방암 진단을 받았으나 유방 절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복귀했다. 이후 자신의 투병 경험을 공개적으로 나누며 건강검진에 소홀하기 쉬운 한인 사회에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2025년부터는 동료 앵커 켈리 쿠프먼스와 함께 삶의 전환과 역경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하드 턴(Hard Turn)’을 진행하며 방송 영역도 넓혔다. 현재 이사콰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26년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도약할 적기”라고 밝힌 그의 마지막 방송은 3월 31일이며, 향후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민자 1.5세대로서 한 분야의 정점을 찍고 또 다른 길을 개척하려는 메리 남의 도전은, 시애틀 한인 사회가 함께 응원하는 다음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