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를 보러 가는 크루즈를 탄 레이 양은 시애틀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했다. 66번 부두의 거대한 노르웨이 크루즈선 앞에서 짐에 둘러싸여 앉은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더 둘러보고 싶어요. 꼭 다시 올 거예요.”
양은 크루즈를 타기 전날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워터프런트를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고국인 필리핀에서는 보기 힘든 넓은 공공 공간들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양처럼 시애틀을 처음 경험하고 매료되는 크루즈 승객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던 시애틀 크루즈 산업이 화려하게 부활하면서다.
시애틀항 크루즈 마케팅 담당 린다 스프링만 디렉터는 “올해 298척의 크루즈선이 우리 항구를 지날 예정”이라며 “작년보다 8%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이 배들은 약 19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데, 이 중 60%가 평균 2박을 시애틀에서 보낸다.
2023년부터 크루즈 산업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며 350만 명 이상을 시애틀로 데려왔고 수억 달러 수익을 올렸다.
승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시애틀 워터프런트가 달라졌다. 시가 8억600만 달러를 들여 새롭게 단장한 워터프런트는 크루즈 승객들에게 시애틀의 첫인상을 확 바꿔놓았다.
홀랜드 아메리카 대변인 멜리사 휠러는 “지금 다운타운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며 “전에는 좀 어둡고 시애틀의 멋진 건물들도 잘 안 보였는데 이제는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스프링만 디렉터는 “우리는 승객들이 오고 갈 때 작은 즐거움들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새 워터프런트는 그런 경험의 하이라이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조사에서 크루즈 승객의 40%가 시애틀 첫 방문자였는데, 이들 중 50%가 “5년 안에 시애틀을 다시 방문하겠다”고 답했다.
시애틀 기반 홀랜드 아메리카는 올해 43척을 운항해 8만8000명의 승객과 6700만 달러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예정이다. 베스 보덴스타이너 사장은 “새 워터프런트 덕분에 승객들의 시애틀 경험이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워터프런트는 승객들이 시애틀 곳곳을 둘러보는 관문 역할도 한다. 최근 워터프런트에서 확장 개관한 시애틀 수족관의 팀 쿠니홀름 공공업무 디렉터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작년보다 관람객이 59% 늘었어요. 이 중 28%는 타주에서 온 분들이고요. 우리는 크루즈 승객들을 정말 환영합니다.”
그는 “승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워터프런트를 탐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활기찬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관광업계만 좋은 게 아니다. 크루즈선들은 승객용 물품을 시애틀에서 대량 구매해 지역 상점들과 대형 체인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크루즈 산업은 시즌마다 약 5500개의 일자리도 만들어낸다.
시애틀항은 4월부터 10월까지 이번 크루즈 시즌이 시애틀에 9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과 무역 정책으로 미국 국제관광이 22.5% 급감하고 있지만, 시애틀 크루즈 산업은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있다.
스프링만 디렉터는 “크루즈는 보통 2년 전에 계획하고 최소 6개월 전에 예약하기 때문”이라며 “승객의 95%가 미국인이고 비교적 안전한 여행 코스”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 문제는 여전한 과제다. 2023년 카니발 크루즈만 해도 유럽 연안에서 25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시 전체 배출량보다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애틀항은 작년부터 ‘육상 전력’ 시설을 도입했다. 정박한 배들이 전기를 연결해 엔진을 끌 수 있게 해 탄소 배출을 60% 줄일 수 있다.
내년에는 MSC 크루즈와 버진 보야지스가 새로 합류해 시즌당 300척을 넘길 예정이다. 팬데믹 이전을 뛰어넘는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