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원 작가 9번째 개인전 리셉션 성료…”잠시 멈춰 자신의 기억을 돌아볼 시간”

전시 'A Woven Narrative of Identity'는 6월 12일까지 무료 관람 가능

한국계 미국 작가 에밀리 정희 원(Emily Jounghee Won)의 9번째 개인전 ‘A Woven Narrative of Identity(짜여진 정체성의 서사)’ 작가 리셉션이 4월 30일(목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워싱턴주 긱하버(Gig Harbor) 타코마 커뮤니티 칼리지(Tacoma Community College) 긱하버 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날 리셉션에는 서인석 아시아태평양문화센터(APCC) 이사장, 우인보 교수, 타코마 커뮤니티 칼리지 관계자, 한국 군장대학교 방문단, K-Now 봉사자 등 한인사회 인사와 지역 미술 애호가 약 3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작가가 직접 안내하는 작품 설명을 들으며 다과와 함께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리셉션 현장에서 에밀리 원 작가는 직접 인사말을 전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들은 기억과 과거, 그리고 현재 사이를 오가며, 시간의 흐름과 감정을 함께 나누고자 한 작업”이라며 “이 사진들이 여러분께 잠시 멈춰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조용한 순간을 선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특별한 순간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이며, 한국과 미국 양쪽의 경험을 흑백 추상 사진으로 풀어낸 이번 전시의 의도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작업해 온 흑백 추상 사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원 작가는 “이번 전시는 기억과 현재, 그리고 이주 이후 형성된 정체성에 대해 탐구한 작업”이라며 “자연의 이미지와 일상의 순간들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한국에서의 기억과 미국에서의 삶, 그 사이에 흩어져 있던 경험의 조각들을 한 올 한 올 엮어 하나의 서사로 풀어냈다. ‘woven(짜여진)’이라는 단어가 전시 제목에 담긴 이유다.

◈ “기억과 감정, 그리고 ‘사이의 상태’를 탐구한다”

원 작가는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내 작업은 기억과 감정, 그리고 ‘사이의 상태’를 탐구하는 데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한국에서의 경험과 미국에서의 삶이 겹쳐지며 형성된 시선 속에서, 익숙함과 낯섦,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점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지만, 그 안에서 흐르는 감정과 서사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나의 예술적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은 한국계 디아스포라 작가들이 꾸준히 다뤄 온 이민자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두 문화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이민자에게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어디에 뿌리내릴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자 답이 된다. 원 작가는 명확한 형상 대신 흐릿하게 흩어진 가지와 빛, 결 같은 추상적 요소를 화면에 배치해, 보는 이가 자신의 기억이나 경험을 투영할 여지를 남겨 둔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한인들에게 특히 공감의 폭이 클 만한 작업이다.

타코마 커뮤니티 칼리지(TCC) 긱 하버 캠퍼스의 평생교육 매니저 ‘재니스 테일러’도 이날 리셉션에서 직접 인사를 전하며 작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테일러 매니저는 “우리 모두 에밀리의 작업을 사랑한다. 모두가 작품이 어떻게 마무리됐는지에 대해 정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작업을 보게 돼 매우 흥미로웠다”고 평했다. 이어 “작품을 거는 작업과 관람객의 반응을 살피는 일, 그리고 작가가 작품을 마운팅한 방식까지 모두 인상적이었다. 특히 알루미늄에 작품을 올린 가벼운 마운팅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또한 테일러 매니저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미국으로 건너온 여정, 한국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바라본 시선,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온 시간들을 천천히 따라 걷는 듯한 경험을 안긴다”며 “지역 사회와 카운티 차원에서도 자랑스러운 전시”라고 강조했다.

원 작가는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서도 분명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정체성과 기억,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흑백 추상 사진 작업을 중심으로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색을 배제한 흑백의 언어 안에서 형태와 빛, 그리고 감정의 본질을 탐색하며, 보다 섬세하고 밀도 있는 표현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 또한 작가의 핵심 모티프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원 작가는 “자연의 이미지를 주요한 모티프로 삼아, 나무, 물, 빛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정과 기억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며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순간들은 개인적인 기억과 맞닿아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보편적인 공감의 지점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개인적 기억을 보편적 공감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그가 30년 넘게 이어 온 작품 세계의 일관된 방향성이기도 하다. 에밀리 원 작가는 추상 사진을 통해 정체성, 기억, 그리고 감정의 풍경을 탐구하는 시각 예술가다. 한국에서 응용회화 학사(B.F.A.)와 서양미술 석사(M.F.A.) 학위를 취득했고, 와이어 드로잉·회화·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30년 이상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작업을 발표해 온 작가는 2015년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기억과 정체성, 이주 경험을 중심으로 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워싱턴주 한인미술인협회(KAAW)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사회와 예술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번 9번째 개인전은 작가 개인의 작업 흐름을 정리하는 자리이자, 워싱턴주에서 활동하는 한인 미술인의 작업 세계를 지역 사회에 폭넓게 소개하는 의미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리셉션은 단순한 작가 인사 자리를 넘어, 한인 사회와 미국 현지 교육·미술계가 한자리에 모이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인석 APCC 이사장은 한인 문화예술 분야를 대표해, 우인보 교수는 학계 인사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한국 군장대학교 방문단이 함께 참석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미주 한인 작가의 전시를 매개로 한국 대학과 미국 지역 사회가 연결되는 의미 있는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K-Now 봉사자들도 행사 운영을 도우며 한인 커뮤니티의 자발적 참여 분위기를 더했다.

전시 ‘A Woven Narrative of Identity’는 4월 6일 개막해 6월 12일까지 타코마 커뮤니티 칼리지 긱하버 캠퍼스(주소 3993 Hunt St NW, Gig Harbor, WA 98335)에서 이어진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캠퍼스 운영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누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단,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관이다.

긱하버는 타코마와 가깝고 시애틀에서도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어, 가족 단위 봄 나들이를 겸한 방문지로도 적합하다. 한국과 미국, 그 사이의 시선을 30년 넘게 시각 언어로 풀어 온 한인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작가의 작업 활동과 작품 이미지는 인스타그램(@emily_j_won)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사진=김승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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