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결로 엮은 정체성의 서사”… 에밀리 원작가 개인전

『 A Woven Narrative of Identity』타코마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작품 전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정체성과 기억의 풍경을 탐구해온 시각예술가 에밀리 원(Emily Won)이 4월 6일부터 6월 12일까지 ‘타코마 커뮤니티 칼리지’  긱하버(Gig Habor) 캠퍼스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 『A Woven Narrative of Identity』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축적해온 흑백 추상 사진 작업을 중심으로, 이주 이후의 삶과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직조한 시각적 서사를 선보인다.

작가는 2015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후, 낯선 환경을 바라보는 감각이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포토북 서문에서 그는 “사진은 낯선 환경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 되었다”고 밝히며, 이주자의 시선으로 마주한 자연의 형태와 순간적 움직임을 시각적 언어로 재해석했다.

또한 “모노크롬 이미지는 거리감과 친밀감을 동시에 담아내며, 기억과 현재 사이를 오가는 내면의 상태를 반영한다”고 설명해, 이번 전시가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정체성 탐구의 과정임을 드러낸다.

전시회에는 「Where Ambiguity Begins」, 「Breathing Trees」, 「Traces of Memory」 , 「A Moment of Stillness」, 「Departure」, 「A Shared Journey」 등 총 26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나무, 물결, 그림자, 빛의 흔적 등 일상의 자연 요소를 추상화한 이미지들은 관람객이 스스로 해석의 여지를 찾도록 유도한다. 특히 나무를 주제로 한 여러 작품은 단순한 자연물의 기록을 넘어, 작가 자신의 감정과 기억이 투영된 존재로 확장된다.

물결과 빛의 움직임을 포착한 작품들은 시간의 흐름과 정지 사이의 긴장감을 시각화하며, 이주자의 삶에서 반복되는 불확실성과 적응의 순간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색을 제거한 흑백 사진은 본질과 감각에 집중하게 한다. 색채의 정보가 사라진 자리에는 형태, 질감, 빛의 대비가 남아 관람객에게 더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사진 속 장면들은 구체적 설명보다 감정적 울림을 우선하며, 관람객이 스스로의 기억과 감정을 투사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한다.

전시 제목 『A Woven Narrative of Identity』는 이러한 작업 방식과 맞닿아 있다. 개별 사진들은 독립된 이미지이지만, 동시에 작가의 경험과 감정이 실처럼 엮여 하나의 서사를 형성한다. 이는 이주자의 삶이 단일한 정체성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익숙함과 낯섦, 거리감과 친밀감이 얽혀 만들어지는 복합적 구조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에밀리 원작가는 한국에서 회화 전공으로 미술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뒤 30여 년간 드로잉,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해왔다. 미국 이주 이후 사진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며 작업 세계를 확장했고, 미국 내 전국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포토북 말미에는 “사진은 이주와 관찰, 자아정체성을 투영하는 주요한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라고 소개되어 있어, 이번 전시가 작가의 지난 10년간의 사진 작업을 집약한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전시는 4월 6일부터 6월 12일까지 진행되며, 전시회 리셉션은 4월 30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미국을 잇는 감정적·문화적 지층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관람객에게 조용한 사유의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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