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한인들에게 친숙한 인천-시애틀 직항 노선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됐다. 대한항공이 독점 운항해왔던 이 노선을 포함해 총 10개 항공노선이 다른 항공사로 이전되면서 시애틀행 항공편 이용객들에게도 새로운 선택권이 생길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이행감독위원회가 전날 정기회의를 열어 인천-시애틀 노선을 포함한 10개 노선의 이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두 항공사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부과한 독과점 해소 조치의 핵심이다.
인천-시애틀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이 오랫동안 독점 운항해온 대표적인 미주 노선 중 하나다. 시애틀 지역 한인 사회와 한국을 잇는 주요 교통 수단 역할을 해왔던 만큼, 새로운 항공사의 진입으로 항공료 경쟁과 서비스 개선이 기대된다.
이번에 이전이 시작되는 노선은 인천-시애틀 외에도 인천-호놀룰루, 인천-괌, 부산-괌 등 미국 4개 노선과 인천-런던(영국), 인천-자카르타(인도네시아) 등 해외 2개 노선, 그리고 김포-제주, 광주-제주, 제주-김포, 제주-광주 등 국내 4개 노선이다.
앞으로 이행감독위원회는 인천-시애틀 노선을 포함한 8개 노선(호놀룰루·런던 제외)에 대해 대체 항공사 신청 공고를 낸다. 국내외 항공사들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적격성 검토와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심의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최종 항공사가 선정된다.
시애틀 노선의 경우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항공사나 에어프레미아, 진에어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관심이 예상된다. 특히 시애틀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본사가 있고 한인 인구도 많아 수익성 있는 노선으로 평가받는다.
선정된 대체 항공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인천-시애틀 노선에 취항할 수 있다. 이는 시애틀 지역 한인들과 양국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더 다양한 항공사 선택권과 경쟁적인 항공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합병 승인 당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총 34개 노선의 공항 슬롯(항공기 이착륙 시간대)과 운수권(특정 국가 취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로 이전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이미 인천-로스앤젤레스, 인천-샌프란시스코 등 6개 노선은 미국과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조치에 따라 에어프레미아, 유나이티드항공, 티웨이 등에 배분이 완료됐다. 나머지 18개 노선도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이전 절차가 진행된다.
시애틀을 비롯한 주요 노선에서 대한항공의 독점 체제가 해체되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경쟁 활성화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애틀 지역 한인들에게는 고향 방문이나 비즈니스 출장 시 더 저렴하고 다양한 항공편 선택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모가 큰 노선부터 우선 절차가 시작된 것”이라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