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서 9만명 참가 ‘노 킹스’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

전미 2500개 지역서 동시 진행된 반정부 시위, 시애틀이 최대 규모중 하나

18일 시애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려 약 9만명이 참가했다. 이는 올해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노 킹스(No Kings)’ 시위로, 전국 2500여 곳에서 동시에 진행된 반정부 시위의 일환이었다.

왜 이들은 비와 바람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섰을까. 참가자들의 표정에는 분노와 절망, 그리고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노년층은 평생 지켜온 민주주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팻말을 들어 올렸다.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시애틀센터를 가득 메운 군중 앞에서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했다. “미국이 어떤 정부를 갖게 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공화국, 만약 당신이 지킬 수 있다면’이라고 답했다”고 말하며, 지금이 바로 그 ‘지킬 수 있는가’를 시험받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자야팔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법무부를 “복수 순회”에 이용하고 있으며, 외국으로부터 고급 전용기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목소리는 확성기를 통해 잔디밭 전체에 울려 퍼졌다.

시위 주최측인 시애틀 인디비저블의 캐슬린 카슨은 “트럼프는 우리를 분열시키고, 산만하게 하고, 지배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이 각본을 안다. 독재자들은 분열시켜 정복한다. 우리는 단결해 저항한다”고 외쳤다.

킹 카운티 의회 의장 기르메이 자힐레이의 연설은 많은 참가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수단 난민 가정에서 태어나 남시애틀과 스카이웨이에서 자란 그는 자신의 삶이 곧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산물이라고 고백했다.

“저희 가족은 저소득층으로 남시애틀과 스카이웨이에서 살았습니다. HUD(주택도시개발부) 투자 덕분에 머리 위에 지붕이 있었고, SNAP(식품지원프로그램) 덕분에 식탁에 음식이 있었고, 펠 그랜트(연방 교육보조금) 덕분에 대학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계속했다. “그런데 이제 이 모든 기초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하나씩 깎여나가고 있습니다.”

자힐레이 의장의 이 증언은 추상적인 정책 논쟁을 개인의 구체적 경험으로 바꿔놓았다. 많은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는 지방 정부 차원에서 연방 예산 삭감에 맞서 자체 예산을 확보하고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에는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인 제프 플렉은 “매일 신문을 보면 우리 민주주의가 침식되는 것을 보여주는 두세 가지 큰 일들이 있다. 우리는 아직 트럼프와 함께 3년 반을 더 살아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에버렛에서는 약 4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밥 페거슨 주지사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주지사로서 한 가지만은 약속합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이 독재자에게 무릎을 꿇지 않을 것입니다”. 페거슨 주지사의 발언은 참가자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시위 참가자들은 미군의 미국 도시 배치 중단, ICE 직장 단속 종료, 의료보험 확대 접근성, 가자지구 재건 지원 등을 요구했다. 시애틀 경찰은 시위가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계획대로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보고했으며, 6월 시위와 달리 이번에는 야간 소요사태 없이 마무리됐다.

시애틀 센터에서 열린 ‘No Kings’ 집회에는 시애틀 지역의 대표적인 진보 한인 단체인 ‘시애틀늘푸른연대’ 회원 10여 명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이 단체는 지난 6월 집회에도 참가한 바 있어 지속적인 사회 참여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시위는 단순한 정치적 항의를 넘어서 시민들이 느끼는 절박함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민주주의의 현장이었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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