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문단의 오랜 원로이자 서북미문인협회 초창기 회원인 이성수 수필가가 오는 10월 14일 고향으로 귀국한다. 그의 귀국은 한인 문단에서 20년 넘게 이어온 문학 활동의 한 장을 마무리하는 뜻깊은 이별로, 지역 문인들과 문우들에게 깊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이성수 수필가는 한국에서 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다가 1992년 미국으로 이민, 워싱턴주 페더럴웨이에 정착했다. 문학과는 거리가 있던 경력을 뒤로하고, 그는 이민 생활 중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성수 수필가는 본국 문예지 『한국문인』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을 계기로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꾸준히 교포 언론에 수필, 기행문, 칼럼을 발표하며 문학적 세계를 넓혀왔다.
2000년대 초 시애틀에서 결성된 서북미문인협회의 초창기 회원으로 참여한 그는, 협회 발전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20여 년간 각종 시화전, 뿌리문학 신인상 시상식, 문학대학 수료식 등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협회의 맏형 역할을 맡아왔다.
그의 한결같은 참여와 조용한 헌신은 서북미문인협회가 오늘의 규모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협회 회원들 사이에서 그는 ‘꾸준함의 상징’, ‘문학의 등불’로 불린다.
서북미문인협회 김미선 회장은 “이성수 수필가님은 협회의 역사와 함께한 산증인이자, 문학의 본질을 잊지 않게 해준 분”이라며 “그의 귀국이 곧 이 지역 문단의 한 시대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수 수필가의 작품에는 이민자의 삶과 고향의 기억이 교차하는 정서가 깊게 배어 있다. 그의 수필집 『솔바람 소리』에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세월의 무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온기가 담겨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그의 신념처럼, 그는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교포 언론을 통해 꾸준히 기행문과 생활수필을 발표했으며, 한인 독자들에게 “언어로 삶을 정리하는 법”을 보여준 작가로 평가된다.
특히 2021년 협회 『뿌리문학 제3집』 출판기념회에서는 최고령 회원으로 ‘글 나눔 성실상’을 수상하며 직접 피리 연주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이 장면은 문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그의 인생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순간으로 회자된다.
젊은 문우들에게 왕성한 필력을 보여주고 늘 온화한 인격으로 다른 분들을 대하던 그의 모습은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문학적 용기와 사람됨의 본을 보여주었다. 협회 회원들은 그를 후배 문인들의 정신적 버팀목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성수 수필가는 귀국을 앞두고 문우들에게 “시애틀의 비 냄새가 그리울 것 같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여전히 문학의 향기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떠남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그가 고국에서도 서북미문단과의 교류를 이어가며 협회 문학대학에도 계속 참여하며, 이민 문학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여 년간의 꾸준한 문학 활동과 헌신, 그리고 후배 문인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시애틀 문단을 지탱해온 이성수 수필가. 그의 귀국은 한 개인의 이별을 넘어, 이민 문학의 한 세대가 남긴 아름다운 여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서북미문인협회는 이성수 수필가의 귀국을 기념하는 소규모 송별 모임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20년 넘게 협회와 함께해 온 원로 문인의 귀국이 아쉽지만, 그가 남긴 문학적 유산과 정신은 우리 문단에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