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ing News

가톨릭 시애틀대교구, 타코마 이민자수용소까지 ‘희망의 순례’ 행진…600여 명 참여

"우리의 발걸음이 기도가 되고, 우리의 존재가 연대가 되며, 우리의 신앙이 행동으로 바뀐다"

시애틀 대교구가 10월 4일 타코마 지역에서 이민자 권익 보호를 위한 ‘희망의 순례’ 행진을 실시하고 야외미사를 집전했다. 2025년 가톨릭 희년을 맞아 ‘희망의 순례자’라는 구호 아래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종교와 배경의 시민들 600여 명이 참여해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행진은 성 프란치스코 축일에 맞춰 가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한 종교 단체들이 구금된 이민자들을 지원하고 가족 분리 상황에 위로를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시애틀늘푸른연대 회원들과 한국인 참가자들도  동참해 한인 사회의 이민자 권익 보호 의지를 보여줬다.

행진 주최측은 “성경에서 ‘나그네였을 때 환영해 주었다’는 말씀이 단순한 구절이 아니라 우리의 사명”이라며 행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으며 존엄성과 자유, 정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순례자로서 목적과 신앙, 연민을 가지고 걸으며 이번 여정이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행진은 구금된 사람들, 가족과 분리돼 헤어진 사람들, 그리고 침묵과 두려움 속에서 고통받는 많은 이들과 함께 걷는다는 연대의 의미를 담았다.

행진 관계자는 “우리의 발걸음이 기도가 되고, 우리의 존재가 연대가 되며, 우리의 신앙이 행동으로 바뀐다”며 “구금된 이들에게 희망을, 가족 분리를 경험하는 가족들에게 위로를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민자 지원 단체인 ‘에이드 노스웨스트’의 안내를 받아 구금시설에서 나오는 이민자들을 위한 지원 활동에 대해서도 들었다. 이 단체는 구금시설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이민자들을 맞이하고 의사소통과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주최측은 행진 중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참가자들에게 상세한 안전 수칙을 안내했다. ICE 요원을 목격하거나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행진 조직위원회에 즉시 알리고, 직접 대화하거나 개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상황을 기록할 권리가 있지만 ICE 활동을 방해하지 말고, 촬영 시에는 시간과 장소, 관련 기관 등을 기록하되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올리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는 관련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신호등을 엄수하며 보행로만 이용해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했다.

오전 9시 30분 타코마 세인트 레오 성당(St. Leo Parish)에서 시작된 이번 행사는 주최측의 취지 설명과 안전 수칙 안내로 시작됐다. 멕시코 출신인 엘리존도(Bishop Elizondo) 주교를 포함해 5명의 사제와 서북미 팍스크리스티의 듀펠(Beacon Duffell) 부제, 그리고 6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시작 기도 후 성가를 부르며 피켓을 들고 약 1.6마일(2.6km) 거리의 북서부 ICE 수용시설(Northwest ICE Processing Center)까지 평화행진을 이어갔다. 행진 중에는 안전요원들이 교통 혼잡을 예방하기 위해 신호등을 엄수하며 참가자들을 안내했고, 지나가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연대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교회에서 준비한 꽃을 들고 걸으며 구금시설에서 상징으로 남길 계획이었다.

타코마 이민자수용소 앞에는 보안요원 서너 명이 평화행진 참가자들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 참가자들은 제단 뒤편에 마련된 간이 빈소에서 추모 의식을 가졌다. 이는 2024년 타코마 이민자수용소에서 사망한 찰스 레오 다니엘(Charles Leo Daniel)과 마누엘 산체스 카스트로(Manuel Sanchez Castro) 두 영혼을 위한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한 꽃을 한 송이씩 바치며 기도했고, 일부는 부당한 상황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엘리존도 주교의 집전으로 거행된 전통 가톨릭 양식의 미사는 히스패닉 이민자들을 배려해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님 휘장을 배경으로 제단을 차렸다. “주님을 믿는 누구에게나 평화와 자비가 내린다”는 독서 말씀도 스페인어로 진행되어 참가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엘리존도 주교는 강론을 통해 현 트럼프 정부의 인종차별적 반이민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 이민자가 아닌 사람은 선주민밖에 없다”며 미국의 이민 역사를 상기시켰다.

참가자들은 한 마음으로 이민자들의 권익 보호에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성체를 영했다. 미사는 전통적인 가톨릭 전례를 따라 엄숙하고 경건하게 진행됐다.

미사를 마친 후 주최측은 “함께 연대하여 행동하는 것이 현재의 엄혹한 상황을 이겨낼 유일한 방법”이라며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30분에 진행되는 구금자들과 함께하는 묵주기도에도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모든 참석자들은 “우리는 이민자들과 함께하겠다!”라는 대형 플래카드 앞에 모여 단체사진을 촬영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는 2025년 가톨릭 희년의 ‘희망의 순례자’ 정신에 따라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고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순례의 의미를 담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 이민 단속으로 적법한 절차 없이 구금된 이민자들을 위한 연대 의식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시애틀 지역 가톨릭 공동체는 앞으로도 이민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며, 특히 매주 수요일 묵주기도를 통해 구금된 이민자들과의 연대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