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자녀가 있는 기혼 부부의 중위소득이 25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미국 인구조사국이 더 이상 정확한 수치를 발표하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23일(현지시간) 시애틀 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이달 발표한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시애틀에서 18세 미만 자녀를 둔 기혼 부부의 중위소득이 25만 달러를 초과했다. 인구조사국은 어떤 집단의 중위 가구소득이 25만 달러를 넘으면 정확한 수치를 발표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시애틀 기혼 가정의 중위소득은 2023년에 이미 24만4,800달러로 매우 높았으며, 1년 만에 25만 달러 선을 돌파했다. 중위소득은 절반은 그보다 적게, 절반은 그보다 많이 버는 중간값을 의미한다. 이는 데이터상으로는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지만 25만 달러를 넘는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애틀 타임스의 진 발크(Gene Balk) 칼럼니스트는 “시애틀의 높은 생활비를 고려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자녀를 키울 여유가 있는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바로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50개 주요 도시 중에서 자녀가 있는 기혼 부부의 중위소득이 이 정도로 높은 곳은 시애틀을 포함해 단 3곳뿐이다. 나머지 두 곳은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로, 모두 고비용 대도시권에 속한다.
이는 미국 내 지역별 소득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디트로이트는 기혼 가정 중위소득이 약 7만2,800달러로 가장 낮았고, 클리블랜드가 9만1,400달러, 밀워키가 9만3,900달러로 뒤를 이었다. 시애틀과 디트로이트 간 격차는 3배 이상에 달한다.
전국 기혼 가정의 중위소득은 13만3,000달러로, 시애틀은 이보다 거의 2배 높은 수준이다. 2024년 시애틀에는 자녀가 있는 기혼 가구가 4만5,700가구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애틀 전체 가구를 놓고 보면, 38만3,700 가구의 중위소득은 지난해 11만8,700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2023년의 12만600달러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으로, 일반적으로 매년 상승하던 시애틀의 중위소득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가정의 소득이 높은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가구에서 두 명의 부모가 모두 일하기 때문이다. 가구소득은 15세 이상 가구원 모두의 수입을 합산한 것으로, 임금과 팁뿐만 아니라 이자, 배당금, 임대수입, 로열티, 공적부조, 장애급여, 퇴직금(사회보장급여, 연금 등)이 모두 포함된다.
노동통계국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자녀가 있는 기혼 가구의 66.5%에서 부모 모두가 취업상태다. 두 명 이상의 성인이 일하는 대가구는 혼자 사는 고소득자보다도 가구소득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이 기혼 가정의 높은 소득을 설명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다만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기혼 남성보다 낮았고, 흥미롭게도 미혼 여성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 후 육아 부담 등으로 인해 여성의 경제활동이 제약받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미국에서 현재 부유층이 결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사회학적 변화다.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고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결혼률이 비슷했지만, 그 이후 중간소득층의 결혼률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저소득층의 결혼률도 하락했는데, 이들은 원래부터 고소득층이나 중간소득층보다 결혼 가능성이 낮았다. 반면 고소득층의 결혼률은 지난 수십 년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에서 결혼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복합적인 경제적, 문화적, 인구학적 요인들을 지적한다. 과거 결혼은 성인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이자 자녀를 갖기 위한 사회적 전제조건으로 여겨졌지만, 이런 사회적 압박과 기대는 현재 크게 줄어든 상태다.
사회학자들은 결혼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 이제는 직업적 성공과 경제적 안정을 달성한 후에 고려하는 ‘인생의 완성을 상징하는 성취’로 여겨진다고 분석한다. 즉, 결혼이 성인기의 출발점에서 성공한 인생의 완결점으로 그 의미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경제적으로 안정된 고소득층에서 결혼률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기혼 가정의 평균 소득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한부모 가정의 현실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시애틀 미혼모의 중위소득은 5만9,400달러에 그쳐 기혼 가정과의 격차가 4배 이상에 달한다. 미혼부의 경우 시애틀에 약 3,600가구만 존재해 표본 수가 적어 신뢰할 만한 소득 추정치를 산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한부모 가정, 특히 미혼모 가정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보여주며, 자녀 양육에 있어서 경제적 여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