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투자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31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가해자 제니 윤정 리(52세)에 대한 검찰의 유죄인정거래 제안이 피해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검찰이 제안한 63개월(5년 2개월) 구형에 대해 피해자들은 “터무니없이 짧다”며 최대 형량을 요구하고 나섰다.
워싱턴주 페더럴웨이 거주 제니 리가 투자 고문으로 행세하며 벌인 이 사기로 인한 피해 규모는 3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숨어있던 피해자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당초 28명이었던 피해자 수가 31명으로 증가했다.
피해자 중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것은 77세 중국계 말레시아인 용 타이(Yong Tie)씨로, 100만 달러의 피해를 당했다. 최근 검사와 피해자들의 미팅에서 용씨는 눈물을 흘리며 “50년간 내 인생을 바쳐 모은 100만 달러를 한꺼번에 잃었다. 내 인생을 잃은 것이다”라고 절규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이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해진다.
지난 10월 17일 오후 1시 30분 미 연방검찰청 서부 워싱턴 지구 사무소가 주최한 피해자 컨퍼런스 콜에서 숀 웨이트 연방검사보는 제니 리 측이 유죄인정거래를 원한다며 구체적인 조건을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격렬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웨이트 검사보는 “제니 리가 전신사기 1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31명 모든 피해자에 대한 사기를 인정하는 조건”이라며 “정부는 63개월, 즉 5년 조금 넘는 연방 교도소 복역을 권고할 예정이며, 이는 가이드라인 범위의 하한선”이라고 설명했다.
컨퍼런스 콜에서 한 피해자는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아주 큰 피해를 입었고 평생 모은 돈을 잃었다. 제 생각에는 최대한의 형량을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검사보는 “전신사기의 최대 형량은 20년, 은행사기는 30년이지만 법원은 일반적으로 가이드라인 범위를 본다”며 “제니 리는 범죄 경력이 없어 카테고리1에 해당하고, 피해자 수와 금전적 손실을 고려할 때 63개월에서 78개월이 적정 범위”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타 베클리 FBI 특별요원은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5년을 권고한다고 해서 여러분이 동의할 필요는 없다”며 “판결 법정에서 직접 법원에 적정 형량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현재 구금 중인 제니 리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검찰과의 유죄인정거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웨이트 검사보는 제니 리가 현재 구금 중인 이유에 대해 “지난 7월 그녀가 계속해서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어 재판 전 구속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제니 리 측 변호인은 오는 12월 1일 오전 9시로 예정된 재판을 내년 3월로 연기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변호인 측은 “재판을 원하지 않고 유죄인정을 할 의향이지만, 감옥에 있는 제니와 만나 유죄인정거래의 모든 요소와 증거 자료를 설명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2-3주 내에 최종 유죄인정거래안을 제시하고 2-3개월 내 답변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제니 리가 유죄를 인정하면 판결은 그 후 3개월 내에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제니 리가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연방 양형 가이드라인의 카테고리1에 해당한다며 5-7년의 징역형을 구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카테고리1은 연방 범죄 중에서도 피해 규모와 범행 수법을 고려할 때 중대한 범죄로 분류되는 것으로, 초범 여부와 관계없이 상당한 형량이 선고되는 범주다.
가장 큰 문제는 배상이다. 유죄인정거래안에는 202만3천달러의 배상금이 명시돼 있지만, 웨이트 검사보는 “제니 리 명의나 그녀가 만든 회사 명의의 은행계좌에는 돈이 없고, 다른 계좌나 돈을 보관한 곳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산몰수 전담팀이 그녀 명의의 부동산이나 차량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압류 가능한 재산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출소 후 취업해서 버는 돈으로 배상하게 되겠지만, 사기 금액을 고려할 때 완전한 배상은 어려울 수 있다”고 현실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연방 기소장에 따르면 제니 리는 2025년 3월 연방대배심에 의해 전신사기 3건, 은행사기 2건 등 총 5개 혐의로 기소됐다. 그녀는 한인 사회의 고령자들에게 자신을 투자 고문으로 소개하며 접근했지만, 실제로는 투자금이 그녀가 통제하는 계좌로 들어가 개인 용도로 사용됐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300만 달러 중 90만 달러 이상이 지역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탕진됐다는 사실이다. 틸 루시 밀러 서부 워싱턴 연방검사 대행은 “리는 피해자들에게 자금에 대한 보장된 수익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어떤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거의 100만 달러에 가까운 투자자 자금이 지역 카지노에서 사용됐다”고 밝혔다.
제니 리는 금융투자회사처럼 보이는 이름의 다양한 유령회사들을 만들고 이들 회사 명의의 은행 계좌를 개설해 통제했다. 그녀는 이 유령회사들의 금융 고문으로 행세하며 피해자들의 투자금을 안전한 펀드에 투자해 때로는 10%에 달하는 높은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구두와 서면으로 약속했다.
그녀는 종종 원금이 완전히 보장되므로 투자와 관련된 위험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로부터는 ‘투자’ 명목으로 유령회사 중 하나에 수표를 쓰게 하거나, 합법적인 금융서비스 회사에서 자기주도 개인퇴직계좌(IRA)에 자금을 넣고 리에게 계좌 관리 권한을 주도록 유도했다.
총 300만 달러를 받아낸 제니 리는 일부 돈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줘 실제 손실액은 약 220만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으로, 초기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해 신뢰를 쌓은 후 더 많은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미 연방검찰청은 피해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유죄인정거래 체결 전 피해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권리가 있다”며 “적절한 처벌, 배상 명령, 기타 의견을 검찰이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는 형사사건이므로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민사소송과는 별개”라며 “최소 한 명의 피해자가 변호사를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초범임에도 카테고리1을 적용하는 것은 피해자 수가 많고 피해 규모가 크며, 특히 고령의 취약 계층을 표적으로 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FBI가 수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숀 H. 웨이트 연방검사보가 기소를 맡고 있다. 기소장의 혐의들은 최대 30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사진=피해자 제공] 현재 구금 상태에서 재판중인 피의자 제니 윤정 리(52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