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학(UW) 한반도 포럼, 경제안보 통합시대 대응전략은?

서울대-워싱턴대 공동주최로 한미관계 미래 비전 토론

주 시애틀 총영사관이 워싱턴대학교 한국학센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와 함께 지난 22일 워싱턴대 케인홀에서 제12회 한반도 포럼을 개최했다. ‘새로운 전환점의 한미관계’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미관계의 미래 방향성이 집중 조명됐다.

하용출 워싱턴대 한국학센터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 서은지 주 시애틀 총영사는 개회사를 통해 새 정부의 ‘END 이니셔티브’를 소개했다. 교류(Exchange), 관계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축으로 한 이 구상은 실용주의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제시됐다.

서 총영사는 “한국이 미국의 그린필드 투자 1위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선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 강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보 세션에서는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와 그렉 스칼라토이우 북한인권위원회 회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김 교수는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재개가 한미동맹 현대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촉진할 것”이라며 단계적 접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북한 비핵화는 단기 성과보다 교류부터 평화협정까지 이어지는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을 북한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로 꼽으며 이를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스칼라토이우 회장은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진 강력한 관계지만 지속적 관리와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러시아-북한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은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제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극적 전환 또는 지루한 줄다리기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세션에서는 이왕휘 아주대 교수와 트로이 스탄가론 윌슨센터 한국재단 소장이 발표했다. 이 교수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안미경중 노선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며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럼 참석자 중 한 명은 발표 내용에 대해 “한마디로 ‘안미경중’에서 ‘안미경미’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세일즈 피치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요구에 대해 “한국 GDP의 20%, 외환보유고의 80%에 달하는 과도한 부담”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관세와 비일관적 산업 정책이 한국 기업의 투자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스탄가론 소장은 “현재는 자유무역 이후 시대로, 동맹이 더 이상 가치 기반이 아닌 투자와 이익이 맞물린 거래 관계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정부가 국가비상경제권법을 근거로 무역적자 자체를 국가비상사태로 선언한 상황을 지적하며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임스 김 워싱턴대 교수는 “경제와 안보는 더 이상 분리될 수 없으며, 미국의 경제민족주의는 트럼프 개인이 아닌 세대적·구조적 변화”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압박을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하며, 중국과의 관계 유지는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다니엘 베스너 워싱턴대 교수는 “미국 패권은 2차 대전이라는 특수 조건 덕분에 가능했던 일시적 예외”라며 “향후 15년 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적 부분 철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젊은 미국인 교수로서 현 정권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유일한 발표자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한인 참석자들은 포럼의 전반적인 방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한 참석자는 “전작권, 북핵, 관세 등에 대한 보수적 시각의 발표가 주를 이뤘다”며 “최근 현대-LG 배터리 합작공장 강제구금 사건의 심각성이나 트럼프 정권에 대한 미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 등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포럼의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나타냈다. “안보 관련해선 서울대 교수와 북한인권단체 수장, 경제 관련해선 아주대 교수와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발제하고 몇 명의 교수진이 간단한 소감 정도로 진행돼 별다른 깊은 토론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욱 심각한 우려는 이런 포럼이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한 참석자는 “이런 포럼을 통해 ‘과도한 친미적 경향-돈이 들어도 미군 주둔이 한국엔 꼭 필요하다’ 등의 잘못된 인식이 미국사회의 다음 세대 교육자나 지도자들에게도 답습돼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한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국민의 의식과 눈높이에 한참 떨어지는 공무원과 학자들에, 아직 갈 길이 멀고 현 이재명 정부도 개혁이 더디겠다는 것을 느꼈다”며 “민의가 반영되지 않은 ‘실용외교’라고 하는 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가져다 줄 이익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더 깊어졌다”고 토로했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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