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ing News

물가냐, 시스템 안정이냐…파월은 어떤 선택할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3월 금리 결정이 오는 22일 예상된 가운데 연준이 실리콘벨리은행(SVB) 사태로 금리를 쉽사리 올리지 못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25%p 내린다는 주장에서부터 동결 혹은 0.25%p 인상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인상을 준비하던 유럽 또한 SVB 사태로 인해 인상폭을 재검토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4.75% 구간이다. 연준은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달 초만 하더라도 연준이 최근 가열되는 노동 지표를 감안해 물가 통제 목적으로 0.5%p 인상에 나선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미 은행 순위 16위의 SVB이 파산하고 이틀 뒤 시그니처은행도 파산하면서 은행 체계가 무너진다는 공포가 커졌다. 특히 과거 채권에 집중 투자했던 SVB는 지난해 연준이 갑자기 금리를 빠르게 올리자 채권 시세가 급락하고, 돈을 구하기 어려워진 기업 고객들이 예금을 빼면서 유동성 부족으로 무너졌다.

미 골드만삭스는 12일 보고서에서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한다고 예상했다. 이어 “SVB 사태로 미 금융시장의 미래가 불안정해졌다”고 지적했다. 은행은 “예금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국이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도 같은날 보고서를 통해 금리 동결을 촉구했다. 그는 “금리 동결 이후 물가가 오르면 그때 다시 긴축을 해도 된다”며 당장은 SVB 사태에 따른 금융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과 영국 넷웨스트은행도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다고 내다봤다. 같은날 일본 노무라증권은 관련 보고서에서 “연준이 금융안정성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25%p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은 12일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별도로 은행 유동성 지원을 위한 새 기금(BTFP)을 조성한다며 은행들이 미 국채 등을 담보로 내놓으면 1년간 돈을 빌려주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시장에 돈을 더 푸는 조치라며 연준이 이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다시 돈줄을 죄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느려지더라도 멈추진 않는다”

금리 인상이 느려지더라도 멈추진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산하 투자연구소(BII)는 13일 블랙록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현재 상황은 모든 통화 정책 수단을 썼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BII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인상 중단 “대신 은행 시스템을 강화하고 물가상승률 목표치(2%)에 도달하기 위한 통화 정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같은날 미 경제매체 CNBC도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린다고 내다봤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JP모건 모두 이달 연준이 금리를 0.25%p 올린다고 예상했다.

씨티그룹의 앤드류 홀렌호스트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보기에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것 같지는 않다”며 지금 멈추면 연준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리 인상이 멈추면 “시장과 대중은 연준이 물가상승과 싸움을 금융시장이나 실물 경제에 어떤 충격이 있을 때까지만 한다고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oA의 마이클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최근 시장 변동성을 억제하고 전통적인 은행 부문으로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성공한다면, 통화 정책이 충분히 제한적일 때까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계속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동결 혹은 0.25%p 인상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비슷한 숫자를 이루고 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제공하는 시장분석도구인 페드워치로 미 기준금리 선물 거래인들의 매매형태를 분석한 결과 14일 기준으로 22일 결정에서 동결을 예상하는 비율은 50.5%였으며 0.25%p 인상을 예측한 비율은 49.5%였다. 전문가들은 14일 발표되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5일 나오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매판매 등 미 경제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난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발맞추기 위해 연달아 금리를 올렸던 다른 중앙은행들은 연준의 방향 전환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이 진단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당장 이달 16일에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금리를 정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위기와 경기 침체를 겪었던 ECB는 지난 2014년에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렸으나 코로나19 이후 물가를 잡기위해 지난해 7월에 금리를 0%로 올렸다.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3%까지 올랐지만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10.6%에 달했던 유로존 CPI 상승률은 지난달 8.5%(속보치)로 내려갔으나 아직 ECB가 목표한 2%를 한참 웃돌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5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16일에) 금리를 0.5%p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SVB 사태가 16일 회의의 핵심 주제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ECB가 0.5%p 인상을 취소하지는 않겠지만 이후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 반복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을 감행했고 12월과 올해 2월에는 각각 0.5%p씩 금리를 올렸다. 미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의하면 시장 투자들은 이달 초만 하더라도 올해 말 유로존 금리를 4%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3.2%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편 ECB의 금리 결정 당일, 인도네시아중앙은행(BI) 역시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

외신들은 14일 보도에서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BI가 현지 5.75%인 기준 금리를 올해 내내 동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페리 와르지요 BI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동결하며 “현재 금리 수준이면 물가상승률을 목표치(2∼4%) 안으로 되돌리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면 BI 역시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