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부터 새로운 마일리지 차감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던 대한항공이 당초의 마일리지 개편 시기를 연기하기로 하고 개편안을 세부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 단체의 불만 제기와 정부, 국회까지 나서는 등 국민들의 압박수위가 만만치 않자 우선 항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20일),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관련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하늘을 찌르자 전체 좌석의 5% 안팎인 마일리지 좌석을 더 늘리는 등, 성수기 사용 및 마일리지 전용편 운영 등 추가 혜택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20년 초 이 개편안이 발표되자 당시 소비자 1800여 명과 법무법인이 대한항공의 신의성실 위반을 문제 삼으며 공정위에 고발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소비자와 시민단체 등이 여론을 통해 정부와 대한항공 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자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수위도 커졌다. 지난 1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은 어렵고 쓸 곳은 없는 소위 ‘빛 좋은 개살구’”라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진짜 개선이 필요하고, 사용 수요에 부응하는 노선과 좌석도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보너스 좌석을 확대하고, 보너스 좌석 비중이 높은 특별기를 운항하는” 추가 방안을 내놨다. 기존 ‘전체 좌석의 5% 이상’인 보너스 좌석 비중을 2배가량으로 늘리고, 올해 성수기에 한시적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파리 노선에서 특별기 100편가량도 운항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사실상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좌석 확대 방안이 미흡하다고 평했다.
특히 원희룡 장관은 19일에 다시 “대한항공은 고객들에게 코로나 기간 살아남게 해줘 감사하다는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진심이고 고객에 대한 감사는 말뿐이라는 불만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록 아직 합병심사를 받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인천 출발 국제선의 경우 항공 독점구조를 갖고 있다. 가뜩이나 마일리지 이용 불편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이번 개편안의 일부 조항은 폭발의 기폭제가 됐다.
마일리지 개편안은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 될 가능성도 많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제주도민들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려야 할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제주를 찾는 내국인이 줄었는데도 제주를 오가는 항공료가 오르고 항공편 예약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보복형 해외여행 수요가 늘자 국내선 항공기를 국제선에 증편하면서 국내선 운항편수가 줄고, 그러다 보니 항공권 예약이 힘들어지고 자연스럽게 항공요금도 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한때 김포∼제주 편도 특가 항공권이 1만원대까지 추락했지만, 최근에는 편도 항공료가 10만원을 훌쩍 넘어 15만원 안팎의 요금이 형성되고 있다.
항공기는 제주도민들의 생활 수단이다. 관광 목적이 아닌 생계 목적으로 타지역을 오고가야 하는 제주도민에게 급격히 오른 항공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만약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기업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대한항공은 태극 마크을 떼고 국적기라는 명칭을 내려놔야 마땅하다.
[하이유에스 코리아 /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