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12월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그러나 둔화 속도 역시 이전보다 느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전망보다도 높았다.
예상을 웃도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지표에 뉴욕증시는 14일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0.5% 상승했다. 지난해 1월에 비해서는 6.4%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CPI는 전월비로는 0.1% 하락했지만 전년동월비로는 6.5% 오른 바 있다. 전월비로는 상승세로 돌아섰고, 전년동월비로는 상승세 둔화폭이 좁아진 것이다.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둔화 속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시장 예상보다도 모두 높았다. CNBC에 따르면 다우존스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월비 0.4%, 전년동월비 6.2% 상승을 전망했다.
월별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이른바 근원 CPI도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근원 CPI가 전월비 0.3%, 전년동월비 5.5%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각각 0.4%, 5.6%로 집계됐다.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6월 9.1%로 고점을 찍은 뒤 7개월 내리 하락세를 지속하기는 했지만 하락세가 둔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 3년간 평균 전년동월비 상승률 2.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망스러운 물가 지표에 금융시장은 흔들렸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고, 증시는 하락했다.
기준물인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일비 0.053%p(5.3bp) 오른 3.77%,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히 반응하는 2년물 수익률은 0.081%p 상승한 4.613%를 기록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오후장 들어 280p 하락한 3만3965로 떨어졌다.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낙폭은 각각 0.4%, 0.6%를 기록했다. 연준이 우려했던 인플레이션 압력 재고조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PL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로치는 연준이 단순히 한 달치 지표를 토대로 금리정책을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기대처럼 빠른 속도로 냉각되지 않을 위험이 높아진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같은 가능성을 우려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7일 워싱턴경제클럽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아직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진행 중이어서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야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금리인상이 끝나고 난 뒤 최종금리 수준은 현재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