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올해 개원 이후 사흘째 의장을 뽑지 못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유력한 의장 후보였던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캘리포니아주)는 의장 투표에서 11번째 고배를 마셨다.
AP통신등에 따르면 미 하원 의원들은 5일 11차 의장 투표를 진행했다. 미국의 하원 의장은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 권력순위 3위이며 현재 제적의원 434명 가운데 과반(218명)의 표를 얻어야 당선된다,
11차 투표 결과 1위는 212표를 받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을 공화당에게 넘겨줬지만 이번 의장 선거에서 전원이 제프리스에게 표를 던졌다.
2위는 200표를 받은 매카시였다. 하원에서는 일반적으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의 원내 대표가 의장직에 오르며 매카시 역시 수월하게 당선이 예상되었으나 공화당의 반란표에 부딪쳤다. 공화당 강경파는 자체적으로 추천한 후보인 케빈 헤른 의원(공화·오클라호마주)에게 7표를 던졌다. 또다른 공화당 의원 12명은 바이런 도널드 의원(공화·플로리다주)을 포함한 다른 후보들에게 투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1표를 받았다. 기권도 1표 나왔다.
미국 역사상 하원 의장 투표가 10차 이상 반복된 것은 1859년 이후 164년만에 처음이다. 남북전쟁(1861~1865년) 직전이었던 당시에는 모두 44번의 투표가 진행됐다. 앞서 가장 최근까지 의장 선출을 위해 2회 이상 투표가 진행됐던 것은 100년전인 1923년이었다.
현재 공화당의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은 매카시가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정부를 견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정부 견제를 위한 의사규칙 변경 등을 요구하며 매카시와 협상중이자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매카시는 하원의 규칙위원회에 강경파 의원을 늘리고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일부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미 하원은 11차 투표 직후 다시 투표를 통해 6일 정오까지 휴회하기로 결정했다.
미 언론들은 의장 선거 파행으로 하원 자체가 마비됐다고 우려했다. 미 하원 의원들은 의장을 뽑고 의원 선서를 해야만 임기가 시작되며 원 구성과 입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트럼프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매카시를 지지한다며 “위대한 승리를 거대하고 당혹스러운 패배로 만들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케빈 매카시는 좋은 일을 할 것이고, 아마도 훌륭한 일을 할 것이다.
그냥 지켜봐라!”라고 강조했다. 미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우주기업 스페이스X,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는 일론 머스크는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케빈 매카시가 하원의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매카시는 스페이스X가 미 국방부 계약을 수주할 당시 스페이스X를 지원했으며 머스크와 친분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