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항구 자리를 22년 동안 지켜왔던 로스앤젤레스(LA)항이 동부의 뉴욕·뉴저지항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항만·철도 파업 우려, 또 지난해 물류대란 여파로 물동량 1위 항만 자리가 바뀌었다.
미국의 교역 중심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한데 따른 것이 아니라 물류가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LA항으로 항하던 화물선들이 동부 연안과 남부로 방향을 튼 것이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 22년간 북미지역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항구였던 LA항이 지난 석 달 동안 뉴욕·뉴저지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자동차부품부터 가구 등에 이르기까지 해외 수입물량 대부분이 항만을 거쳐 미국에 들어가고,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가장 가까운 서부 해안에 위치한 항만들이 LA항이다. 이때문에 LA항은 그동안 물동량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8월 이후 서부 해안의 양대 항만인 LA와 롱비치항의 물동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석 달간 LA항 화물 컨테이너 물량은 전년동기비 25% 줄었다. 지난 5년 평균치에 비해서도 17.3% 감소했다. 대신 컨테이너들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같은 멕시코만 항만이나, 서배너, 뉴욕·뉴저지 같은 동부 항만으로 향하고 있다.
화물선들이 향하는 항구가 바뀐 이유는 불안한 물류망 때문이다. 항만·철도 파업 우려 속에 노사갈등 이슈가 없는 동부와 남부 항만이 각광을 받고 있다.
서부 항만에서는 국제연안·창고노조(ILWU)와 서부해안 해운업계 모임인 사용자 단체 퍼시픽해사협회(PMA)간 노사갈등이 현재 진행형이다.
단체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아 LA, 롱비치항을 포함한 서부연안 항만의 약 20만 노동자들이 7월 1일부터 단체협약이 타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
항만을 통해 수입품을 받는 소매업체들은 언제든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서부 연안 대신 동부 연안 등으로 컨테이너 종착지를 바꾸고 있다.
항만 노사 양측 모두 파업은 없을 것이라며 업체들을 달래고 있지만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 업체들이 물류를 동부연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서부 해안의 물류 적체로 쇼핑 대목을 놓친 악몽이 있는 소매업체들이 위험 분산을 위해 동부로 물류를 분산하고 있는 것도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팬데믹에 따른 방역까지 겹치며 밀려드는 화물 컨테이너로 몸살을 앓은 바람에 서부 해안 물류는 거의 마비됐고, 올 1월에는 캘리포니아 연안에 화물선 109척이 하역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사상최대 규모 적체였다.
이들은 LA, 롱비치항 하역에 수주일을 기다려야 했고, 그때의 악몽이 동부 연안 분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