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맞서는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유명한 금의 가격이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4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달러 가치 상승을 지적하며 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장 거래량이 많은 월물 기준으로 평가한 국제 금 선물 가격이 7월 들어 79.99달러(4.4%) 떨어져 온스(31.1g)당 1727.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달 말까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4개월 연속 하락이라며 2020년 11월 이후 가장 긴 하락장이라고 평가했다. 금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5.5% 하락했고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7% 내려갔다. 지난달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41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금은 일반적으로 물가가 올라도 가치를 유지하는 안전자산으로 불리며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질 때 이를 만회하려는 위험 회피 상품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달러 가치가 올라가자 달라졌다. 연준은 지난 5월과 6월에 각각 0.5%p, 0.75%p씩 금리를 올렸고 이달도 0.75%p 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달러 가치는 고금리를 노리는 해외 자본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이달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으며 미 국채 가치는 인플레이션 공포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WSJ는 금만큼 안정적이면서 금에 없는 이자까지 주는 국채 가격이 최근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국제적으로 금을 거래하려면 달러가 필요하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최근 달러 가치 상승으로 금을 거래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회사 올드미션의 앤드루 레카스 채권·통화·상품 부문 대표는 “사람들은 ‘금이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기능하지 않는데 왜 내가 금을 보유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UBS은행은 지난주 예측에서 금 선물 가격이 내년 6월까지 온스당 1650달러까지 내려간다며 전망치를 하향했다.
금 선물 가격뿐만 아니라 금 채굴 기업의 주가도 내려가는 추세다. 반에크 금광주 ETF는 7월에만 7.2% 떨어졌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금광회사 배릭 골드와 뉴몬트는 각각 13%, 14%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4.7% 반등했다.
다만 미국에 이어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 강세가 진정된다면 다시 금이 인기를 얻는다는 분석도 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주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1.4% 올라 5주 연속 하락세를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