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ing News

달러 강세에 기름 부은 ‘코로나’… 신흥국 돈값만 떨어졌다

중국 이달 1조7000억 위안 공급,노골적인 돈풀기로 환율 방어,강달러 지속땐 수출경쟁력 저하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연일 맹위를 떨치면서 중국 주변 신흥시장 통화와 미국 달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신흥시장은 세계적 산업 공급망이 망가지고, 중국 관광객 감소로 몸살을 앓는 반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달러는 견조한 경제성장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에서 올해 초만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합의 덕분에 한껏 오름세를 보였던 신흥시장 통화가 신종 코로나 때문에 추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은 계속되는 달러강세 때문에 금리를 더 낮춰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중국보다 아시아가 더 피해
내셔널호주은행(NAB)의 크리스티 탄 시장전략 아시아 대표는 FT를 통해 지난달 중순 미국과 중국이 1차 무역합의에 나설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 내 “거의 모두”가 경기전망을 낙관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무역 전쟁이 아닌 바이러스와 전쟁이 벌어졌다”며 국제 투자자들이 그동안 중국의 환율방어 정책을 봤기 때문에 위안 자체보다는 주변국 통화를 표적으로 매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염병이 가장 극심한 중국 위안의 가치는 본토 고시 환율기준으로 0.4%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달 초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1조7000억 위안(약 287조원)을 시중에 공급하는 등 파격적 돈풀기에 나섰다. 반면 한국과 싱가포르의 통화가치는 올 들어 각각 2%, 2.8% 내려갔다. 태국과 호주 통화는 같은 기간 각각 4%, 4.3% 떨어졌다. 특히 태국 바트는 지난해 10% 가까이 폭등했으나 올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 홍콩 CLSA증권의 수차라트 테차포살 태국부문 대표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감안하면 중국 관광객 감소에 따른 태국 경제의 피해가 “1~2개 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에 따른 우려는 아시아 밖의 신흥시장까지 뻗어가는 추세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브라질의 헤알은 신종 코로나 우려까지 겹치면서 지난 11일 하루 만에 4.34% 급락해 역대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 올 한 해 가치가 7.5% 내려갔다. 이웃한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 통화도 약세를 보였으며, 터키 리라는 비록 신종 코로나 영향은 미미하지만 이달 시리아에서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의 충돌이 격해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달러가치 상승, 금리인하 요인 되나
이런 신흥시장 통화의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는 갈수록 올라가는 달러가치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 흐름을 나타내는 ICE 달러지수는 올 들어 2.5% 넘게 뛰었다. 그 덕분에 달러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전체 상승폭이 0.2%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폭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투자금들이 신종 코로나 여파로 신흥시장과 중국의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가운데 비교적 경제상황이 좋은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 선임외환전략가인 캘빈 체는 이 같은 전망이 달러 강세에 군불을 때고 있다면서 “미국의 예외주의(나 홀로 성장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테마”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달 신규고용이 예상치 16만명을 크게 웃도는 22만5000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된 데다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예상과 부합하는 2.1%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는 등 성장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교역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달러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게인캐피털의 글로벌 시장리서치 책임자인 매트 웰러는 “국제교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미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에 따른 성장충격을 상대적으로 잘 버텨낼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달러강세는 미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될 전망이다. 펀드스트래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리서치 책임자인 톰 리는 “강달러는 수출경쟁력을 저하시켜 결국에는 미국 성장세에 역풍이 될 것이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증언하는 동안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를 추켜세우고, 연준에 금리인하를 종용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이날 증언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미국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 다만 그 충격이 어떤 것이 될지 말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 기자 / ⓒfnnews.com

leave a reply